24일 기초지원연·핵융합연서 '제2회 연구이음마당' 열려
출연연 신진연구자 한자리, 융합연구·연구행정혁신 논의
연구소 투어 등 과학문화 연계 행사 성황
대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누리와나루 홀. 낯선 얼굴들로 가득한 테이블에선 어색한 웃음과 조심스러운 자기소개가 오갔다. 처음엔 다소 뻣뻣한 분위기였지만 대화가 오갈수록 표정이 풀리고 명함이 오가고 공감이 싹텄다.
울산, 일산, 완주, 부천, 정읍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소속도, 연구 분야도 제각각이지만 '신진연구자'라는 이름 아래 한 자리에 모였다.
24일 기초지원연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출연연 간 교류를 위한 행사 '제2회 연구이음마당'이 열렸다. 연구이음마당은 연구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장이다.
연구자뿐 아니라 연구자 가족까지 함께하는 과학 교류의 장으로 마련됐다. 연구실을 개방하고 실험실 투어와 전시, 강연, 오픈세미나, 가족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연결'과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열기를 띤 프로그램은 단연 '신진연구자 교류회'다. 소속과 이름만 적힌 명찰을 단 연구자들은 각자의 고민과 연구 주제를 자유롭게 나누며 연결고리를 찾아갔다.
박병학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질자원연 연구자와 처음 대화를 나눴는데 지하수 오염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새롭게 보였다"며 "당장 공동연구를 하긴 어렵겠지만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 컨소시엄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타 기관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겪는 문제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연구자 전반의 공통된 고민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며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연구자들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실제 협업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류회 현장에서는 '융합'이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오갔다. 융합연구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공감대는 신진연구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화두가 됐다. 한 참석자는 "혼자 하는 연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제는 서로 연결되는 자리가 연구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같은 교류회가 정례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번 교류회가 단순한 정보 교류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고 했다. 그는 "오늘 얻은 인사이트를 연구실 후배들과도 꼭 공유하고 싶다"며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면서 연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연구이음마당은 연구자들만의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의 자녀들도 참여해 과학기술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연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운영됐다.
특히 연구기관의 실험실을 개방한 '연구 현장 견학 투어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분석 장비와 연구 인프라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첨단 장비를 가까이서 관찰하며 연구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핵융합연이 선보인 한국형 핵융합로 KSTAR 실험 현장은 큰 관심을 끌었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KSTAR 내부를 직접 살펴본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규모와 정밀성에 감탄했다.
기초지원연 행정원 자녀인 어은초등학교 6학년 강성모 군은 "거대한 시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규모도 크고 멋졌다. 평소에 관심 있던 과학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돼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가족 단위 참여자를 위한 전시도 함께 열렸다. 출연연 연구자 자녀들이 그린 그림이 전시된 '그림 전시회'에서는 연구소 전경과 실험장비 등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묘사됐다. 부모가 일하는 공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과학기술 현장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처럼 연구와 일상이 만나는 장면들이 펼쳐진 가운데 연구 현장의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날 함께 열린 '2025년 연구행정혁신 전문분과 워크숍'에서다.
워크숍에서는 출연연 전반의 연구행정 선진화 방안이 논의됐다. 과제 수행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이고 기관 간 우수 사례를 공유하며 연구자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한 '출연연 우수성과 분야 이사장상 포상 수여식'도 함께 열려 연구의 창의성과 혁신성은 물론 연구행정을 책임지는 이들의 기여 역시 조명됐다. 이날 우수 신진연구자 26인과 연구지원자 34인이 NST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연구이음마당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출연연 간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라며 "함께 진행된 우수성과 시상식은 출연연 간 협력성과를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패권 경쟁시대에는 과감한 생각과 새로운 시각을 지닌 신진 연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며 "연구자들이 혁신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연구회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이음마당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김영식)가 주최하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양성광),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원장 오영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권이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창근)이 공동 주관했다.